[유머]강원랜드 슬롯머신 체험썰 푼다
아래는 강원랜드의 슬롯 머신을 체험한 썰을 가볍게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처음 강원랜드 들어가서 제일 먼저 든 생각.
“아… 여기 공기부터 사람을 미치게 만들겠네.”
조명은 사람 얼굴이 예뻐 보이게 깔려 있고, 소리는 온통 삐비빅— 띵— 이런 전자음이 겹쳐서 머리를 은근히 간질인다. 누가 크게 떠들지도 않는데도 시끄러운 느낌. 그리고 슬롯 구역은 특히 더 그래. 화면이 전부 번쩍번쩍, 사람 눈이 계속 위로 붙들려.
근데 제일 현실적인 얘기부터 하자면…
여기 동전 딸랑딸랑 그런 거 아니다. (나도 처음에 괜히 “동전 넣는 거 아니야?” 했다가 바로 깨갰음)
강원랜드 슬롯은 기본이 현금을 지폐 투입구에 넣으면 크레딧이 올라가는 방식이고, 끝낼 때는 CASH OUT 버튼 누르면 티켓이 뽑히는 구조다. 그 티켓은 다시 다른 슬롯에 넣어서 크레딧으로 쓸 수도 있고, 밖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것도 된다.
그러니까 그 순간부터 느낌이 달라.
동전처럼 “게임 머니” 감각이 아니라 진짜 현금이 기계한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확 온다.

나는 첫날, 그냥 ‘체험’하러 간 척했다.
“딱 10만만. 딱 10만만 쓰고 나오자.”
이 말이 제일 구린 말인 거 알지?
딱 10만만 쓴다는 놈이 제일 오래 앉아.
자리에 앉아서 지폐를 넣었다.
지폐 투입구가 생각보다 부드럽게 먹는다. 쓱— 하고 들어가면 화면에 CREDIT이 올라가는데, 그 숫자 올라가는 속도가 진짜 사람 심리를 건드린다.
‘아,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겠다’ 같은 느낌.
처음엔 소액으로 눌렀다.
슬롯은 손이 바쁘지 않아서 더 위험해.
테이블처럼 룰을 외울 필요도 없고, 말 걸 사람도 없고,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된다.
한 판, 두 판, 세 판…
“아 뭐야, 개꽝이네” 하다가
갑자기 작은 당첨이 뜬다.
그 순간부터 사람이 변한다.
“오? 방금 뭐야?”
“아니 잠깐만… 이게 이렇게도 되는 거야?”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기계를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시작된다.
그냥 우연인데, 뇌는 “패턴”을 만들고 싶어 하거든.
그러다 어느 순간—
화면이 갑자기 요란해지면서
띵띵띵—!
주변이 한 번에 나를 보는 느낌.
크레딧이 훅 올라갔다.
내 눈앞에 50만 원.
“와… ㅅㅂ.”
입에서 그냥 튀어나온다. (마스킹하자면… 그래, ㅅㅂ.)
내 심장은 갑자기 “오늘은 된다”를 외치고 있었고,
손바닥엔 땀이 차서 버튼이 미끄덩했다.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꽂혔다.
“오— 오빠 지금 터졌죠?”
고개를 돌렸는데, 딱 그런 여자다.
20대 후반 정도? 옷은 화려한데 ‘과한 화려함’이 아니라, 카지노에 어울리게 잘 맞춰 입은 화려함. 향수도 딱 그 계열. 가까이 오면 “아, 이 사람은 여기 분위기 잘 안다”가 느껴짐.
“혼자 왔어요?”
“네.”
“처음이죠? 표정이 완전 처음 온 표정인데.”
말투가 격식? 그런 거 없다.
그냥 툭툭 던지는데 이상하게 사람을 편하게 만든다.
근데 편한 게 좋은 게 아니더라. 편해지면 지갑이 열린다.
“와 근데 오빠 방금 50 찍은 거 실화냐… 여기 그거 잘 안 주는데.”
“그런가요?”
“그럼. 여기서 주면 다들 이렇게 앉아있겠냐.”
그 말 듣는 순간, 내가 갑자기 ‘선택받은 놈’이 된다.
사람은 그 착각에 약하다.
여자가 내 화면을 슬쩍 보더니, 손가락으로 크레딧을 가리킨다.
“오빠 지금 티켓 뽑으면 안 돼.”
“왜요?”
“아니… 흐름인데 왜 빼. 지금 빼면 기계가 삐짐.”
“기계가 삐져요?”
“응. 삐져. 여기 애들 다 그래. 지금은 더 눌러야 돼.”
나도 모르게 웃었다.
“말이 되나 그게.”
“말이 되든 안 되든, 오빠 방금 됐잖아.”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게 문제다.
그때부터 내 강원랜드 슬롯 체험은
‘혼자 체험’이 아니라
옆자리 여자랑 같이 타는 롤러코스터가 됐다.
여자는 자꾸 말을 붙인다.
근데 그 말들이 하나같이 사람 심리를 찌른다.
“오빠는 딱 봐도 오늘 되는 얼굴임.”
“얼굴로 되나.”
“얼굴로 되지. 아까 그 ‘띵’ 뜬 순간에 표정 봤거든? 딱 됨.”
나는 괜히 허세도 섞어 농담했다.
“그럼 오늘 여기서 차 한 대 뽑아야겠네.”
여자가 피식 웃더니
“아, 오빠 그 정도로 가면 진짜 뽑을 수도 있음. 근데 그럴 거면 베팅 좀 올려야지.”
그 “베팅 좀 올려야지”가
정말 아무 말 아닌데,
그날 나한테는 버튼이었다.
그날 50 찍고 나서 조금 빠졌다.
30 남기고 끝냈다.
결과만 보면 이긴 거지.
근데 사람 마음은 결과로만 안 움직여.
“더 될 뻔했다” 이 생각이 계속 남는다.
여자는 마지막에 내 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오빠 내일도 와. 내가 좋은 자리 잡아줄게.”
“자리요? 슬롯도 자리 타요?”
“타지. 완전 타지. 내일 아침에 딱 오면, 나랑 같이 앉자.”
그리고 연락처를 가져갔다.
다음 날 아침.
문자 왔다.
“오빠 오늘 사람 없고 분위기 개좋음. 빨리 와 ㅋㅋ”
그 문장 하나가
내 머릿속 어제 50만 원을 다시 켠다.
“그래… 딱 한 번만 더.”
(또 그 망할 ‘딱 한 번만 더’)
가니까 여자가 진짜 와 있다.
슬롯 구역에서, 마치 내 자리 맡아둔 것처럼.
“오빠 왔다.”
“일찍 왔네요.”
“나 이런 거는 부지런해. 오늘은 뽑아야 되거든.”
그 말투가 너무 가볍고 저급(?)해서 더 현실적이다.
“오늘은 뽑아야 돼” 같은 말이,
카지노에선 이상하게 기도처럼 들린다.
나는 지폐를 또 넣었다.
현금이 들어가고, 크레딧이 올라가고, 버튼을 누른다.
이 단순함이 진짜 위험하다.
처음엔 조금씩 먹는다.
작은 당첨이 몇 번 쌓이니까 여자가 호들갑을 떤다.
“와 봐봐! 내가 뭐랬냐!”
“아니 이건 그냥…”
“그냥? 그냥이면 여기 다 그냥이지. 오빠 지금 흐름임.”
흐름.
이 단어는 사람을 살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여자가 옆에서 내 티켓을 힐끔 보더니 말한다.
“오빠, 티켓 뽑지 말고 그냥 계속 넣어. 중간에 CASH OUT 하면 끊긴다니까.”
(참고로, 실제로는 게임 끝낼 때 CASH OUT 누르면 머신 티켓이 나오고, 그 티켓은 다른 슬롯에도 다시 투입 가능하다.
그런 설명을 ‘정보’처럼 해주니까
괜히 여자가 “진짜 아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다 내가 베팅을 올렸다.
이건 별거 아니다.
버튼 몇 번만 바꾸면 된다.
근데 그 순간, 게임이 달라진다.
숫자가 커지니까, 내 머리에서 계산이 아니라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번 크게 잃었다.
“아… 하…”
내가 숨을 들이키자 여자가 바로 붙는다.
“괜찮아. 이거 일부러 흔드는 거야.”
“뭐가 일부러야…”
“아니 진짜야. 오빠 여기서 쫄면 끝이야. 지금 복구해야 돼.”
내가 말이 없어지자
여자가 더 저급하게(현실감 있게) 몰아붙인다.
“아니 오빠… 여기서 쫄면 그냥 호구 되는 거임. 방금 먹은 거 다시 뺏기는 거잖아.”
“…”
“지금 딱 한 번만 더 올려. 내가 옆에서 볼게.”
‘내가 옆에서 볼게’가
무슨 보호막처럼 들린다.
근데 보호막은커녕
그 말은 그냥 내 손을 다시 버튼으로 밀어 넣는 문장이었다.
나는 지폐를 더 넣었다.
크레딧이 다시 올라간다.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연속으로 미끄러졌다.
슬롯은 잃을 때 너무 조용히 잃는다.
테이블처럼 “졌다!”가 아니라
그냥 그림이 안 맞고 끝이다.
그러니까 더 누른다.
“이번엔 맞겠지”가 자동으로 나온다.
마지막 크레딧이 바닥 보일 때,
내 머릿속은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손은 버튼을 누르고 있고
눈은 화면에 붙고
귀는 전자음만 들리고
옆에서는 여자가 계속 말한다.
“아니 지금이야. 지금이 찐이야.”
“그만하자…”
“그만하면 뭐 남는데? 남는 거 없잖아. 지금 한 번 터지면 싹 복구인데.”
그 말이 진짜 더럽게 논리적(?)으로 들리는 순간이 있다.
그게 인간이다.
그리고—
끝.
크레딧이 0.
그 숫자 “0”이 화면에 뜨는 순간,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나는 천천히 옆을 봤다.
여자는… 아까처럼 호들갑을 안 떤다.
표정이 딱 이런 표정.
“아… 이렇게 됐네.”
그리고 입으로는 이렇게 나온다.
“아… 나 잠깐만. 나 화장실.”
“지금?”
“응. 아니… 나 진짜 급해.”
그 말이 너무 싸구려라서
오히려 확실해진다.
여자는 그대로 사람들 사이로 스윽 빠지고
그 뒤로 연락이 없다.
카톡?
읽씹도 아니고 그냥
아예 사라진 느낌.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현실감이 늦게 와서
손바닥을 한 번 봤다.
아까까지는
티켓이든 지폐든 뭐라도 쥐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빈손.
그리고 그 빈손이
진짜 이상하게 차갑다.
밖으로 나왔는데
산바람이 얼굴을 치고,
조명 없는 어둠 속에서
내가 갑자기 너무 초라해진다.
“뭐냐… 내가 지금 뭘 한 거냐…”
첫날 50이 터질 때는
세상이 반짝였다.
내가 주인공 같았다.
근데 둘째 날 끝은
그냥… 전광판 꺼진 뒤에 남는 정적이었다.
허망하다는 말이 딱 맞더라.
돈 잃어서 허망한 게 아니라,
내가 잠깐 믿었던 것들—
‘흐름’, ‘오늘은 된다’, ‘옆에 누가 있다’, ‘나는 운이 있다’—
그게 전부 한 번에 꺼져버린 게 허망했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이것뿐.
“강원랜드 슬롯머신은… 티켓 한 장으로 사람을 사람 아닌 걸로 만들 수 있구나.”
그리고 나는 그날,
정말 아무것도 안 들고 돌아왔다.
강원랜드 재밌지만 무서운 곳입니다…..